요즘 지인 결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축의금 액수 고민이 깊어진다. 한참 결혼 적령기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 비용에도 관심이 가게 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결혼 비용이 계절에 따라 최대 325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1월에는 평균 1,913만 원이었는데 4월에는 2,238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같은 결혼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사실 이 보도를 접하기 전에는 결혼 비용이 이렇게 큰 폭으로 변동한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주변에서 결혼 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대부분 예식장 대관료나 스튜디오 비용이 비싸다고만 하지, 계절별로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얘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보니 1월에 결혼하는 게 4월에 결혼하는 것보다 평균 300만 원 이상 저렴하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다. 이 정도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라면 계절 선택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될 것 같다.

내가 결혼 준비를 직접 해본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결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계절이 꽤 중요하긴 하다. 봄이나 가을에는 날씨가 좋아 야외 스냅 촬영도 가능하고, 하객들도 이동하기 편하다. 그러다 보니 성수기에는 예식장 대관료부터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혼 정보업체에 따르면 성수기에는 웨딩홀 대관료가 최대 2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결혼 시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에 결혼한 지인의 경우, 예식장 대관료만으로도 봄에 비해 150만 원 정도를 더 지출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하객들의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반대로 겨울에 결혼한 다른 지인은 비수기 할인 혜택을 받아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원래 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같은 결혼인데도 계절에 따라 이렇게 체감 비용이 다르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재미있는 건 이런 결혼 비용 이야기가 단순히 경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는 예식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결혼식은 당사자들의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지만, 양가 가족들의 오랜 관행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랑 측이 집을 준비하고 신부 측이 혼수를 준비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면, 요즘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비용을 모으거나 각자 상황에 맞게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 부부의 약 60%가 결혼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거나 각자 상황에 맞게 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신랑 측이 주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갈등을 해소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용 분담 비율을 두고 양가 부모님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신부 측 부모님이 혼수 비용을 부담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예식 비용을 더 내겠다고 고집하다가 양가 간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비용 문제로 감정이 상하면 사소한 다툼이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예식 비용 문제로 다투다가 결혼을 파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면 전문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재산 문제로 복잡한 상황이 생긴다면, 이혼시재산분할과 같은 법률 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미리 정보를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한 법률사무소의 상담 사례를 보면, 예비 부부가 예식 비용과 관련해 서로의 재산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생긴 오해로 상담을 찾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특히 양가 부모님이 각자 부담한 금액이 다르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실 결혼 비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뜬금없이 결혼 생활의 어두운 면까지 생각하게 된다. 동상이몽2에 출연한 연예인 부부가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이란 게 정말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은 하루이지만 결혼 생활은 평생이니까. 그래서 더더욱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는 결혼 후 육아와 가사 분담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결혼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런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예비 부부들도 늘고 있다. 한 결혼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 전에 육아와 가사 분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한 커플일수록 결혼 생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 비용만큼이나 결혼 생활의 중요한 요소를 미리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돌아보면 결혼 비용 이야기는 결국 관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보다는,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건 옛말처럼 들리지만 여전히 진리다. 물론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혼 준비로 지친 예비 부부들이 가끔은 작은 다툼으로 인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예식장 장식 몇 가지를 두고 싸우는 동안 정작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대화는 뒤로 미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결혼은 한 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갈 긴 여정의 시작이다. 그 여정의 첫걸음인 결혼 준비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비용 문제를 너무 크게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결혼 비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좀 깨보는 건 어떨까. 꼭 성수기에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비수기에 결혼하면 비용도 아끼고,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웨딩 플래너는 겨울 결혼식이 오히려 아늑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비수기에는 예식장과 스튜디오, 드레스 업체들이 할인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기 때문에, 알뜰하게 준비하려는 예비 부부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결혼은 계절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까. 예식 비용이 조금 더 들거나 덜 들거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지일 것이다. 결혼식의 화려함보다 결혼 생활의 행복함을 선택하는 현명한 결정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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